
데스크에서 교정을 보는 게 주요 업무인 때가 있었다. 온종일 남의 글만 읽는다. 번쩍 눈에 띄는 것은 드물고 해가 겨워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목덜미가 뻐근해 왔다. 수필의 대부분은 비슷비슷한 일상사요 지나온 삶의 편린들로 시차적인 기록들이었다. 하품을 쫓을 만큼 펄떡거리는 황금 비늘의 대어는 만나기 어렵고 그래도 돋보기를 고쳐 쓰고 읽고 또 읽는다. 그러다보면 마음에 끌리는 소재를 다룬 글과도 만나게 되는데 소재를 설명하느라 예시 부분으로만 그쳐버린 경우에는 안타까웠다. 마치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나섰는데 별안간 길이 뚝 끊기고 마는 막다른 절벽과 만나는 느낌이었다. 왜 과감히 진일보 하지 못하는가? 글 속에서 왜 생각이 성큼성큼 나아가지 못하는가? 경험의 기록, 체험의 진술에만 그치지 말고 한 발 더 나아..
수필 읽기
2020. 9. 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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