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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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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과 칼 / 이인주 (1)
태풍과 칼 / 이인주

사과나무 포도나무가 실하게 영근 과일들을 하혈하듯 쏟아 내렸다. 다 털린 빈 몸으로 아랫도리를 휘둘리고 있었다. 짓밟힌 채마밭은 울고 있었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태풍의 공습이었다. 열대의 바다에서 태어난 루사는 잉태된 그 뜨거운 입김을 몰아 제주도의 목덜미를 핥고 정확히 한반도의 심장부를 뚫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잔혹한 입김의 자취가 화인(火印)처럼 남았다. 그야말로 벼락같은 자연의 위력 앞에 손쓸 수 없는 한낱 인간의 허약함을 증명받고 싶었던 것일까? 독기를 품었으나 심중을 알 수 없는 여자처럼 그렇게 루사는 한반도를 관통했고 인간은 내장을 다친 어린 짐승처럼 신음했다. 이백 명이 넘는 사상자와 실종자, 그리고 수조 원의 재산 피해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막힘으로 오열했다. 하루아침에 집..

수필 읽기 2022. 6. 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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