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꽃 / 송명화
참 서러운 꽃이다. 얼마 만인가. 마음먹고 찾아 나선 것도 아닌데 우연히 만난 탱자나무덤불이 반가워 코끝이 시큰하였다. 조랑조랑 달린 꽃봉오리들이 안쓰러웠다. 푸른 기운이 도는 흰색을 보면 괜히 마음이 짠해지는데 눈물방울처럼 맺힌 하얀 꽃잎이 얇아서 더 서러웠다. 내가 다녔던 남해초등학교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다. 나보다 두 배나 큰 키를 자랑하는 그 울타리가 얼마나 우람하였던지 소심한 나는 감히 다가갈 엄두를 못 내었다. 간혹 사내아이들이 개구멍을 들락거리기도 하고 가을에는 손가락으로 가시 줄기를 조심스레 벌려 노란 탱자를 따내기도 하였지만 나는 그런 즐거움을 느끼기는커녕 사나운 가시의 위용에 질려 멀찍이서 경계할 따름이었다. 겨울이 되면 탱자나무 줄기와 가시들이 여위고 비틀린 모습으로 공중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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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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