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네 집 울타리인지 정갈하게도 다듬어 놓았다. 둘레길을 걷다가 잠시 낯선 집 탱자나무 울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울타리도 절반은 탱자나무였다. 나무 윗부분은 빽빽하게 잘 관리되어 담장으로서 훌륭했지만, 아래쪽은 구멍이 숭숭한 허점투성이였다. 멀리 정문까지 돌아가기 싫은 아이들의 쪽문이었고, 지각을 목전에 둔 학생들에게는 구원의 문이었다. 사랑이 묻어나는 점심 도시락이 슬며시 남모르게 넘나들었고, 길 가던 어른들이 곁눈질로 제 아이를 훔쳐보던 감시망이기도 했다. 더하여 아이들이 뛰노는 까르르한 소리가 넘어 나오고, 아지랑이 따라 봄기운이 스며드는 길목이기도 했다. 안과 밖, 학교와 외부를 가르는 담이지만 사실은 경계를 알리는 형식이었을 뿐이었다. 탱자나무가 꼭 무엇을 가로막는 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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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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