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장학생 / 김덕남
점심이나 같이하자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전화를 끊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내가 지금 뭘 꺼내려 하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남편이 시원한 물 한 잔만 달라 한다. ‘그래 맞아, 물을 꺼내려 했지.’ 내일 친구와 점심 먹기로 했다며 물 잔을 건네는데, 태워다 줄 요량으로 어디서 만나느냐 묻는다. 아뿔싸! 식당 이름을 잊었다. 열두시인지, 열두시 반인지 그것마저도 헷갈린다. 바로 메모해 두지 않은 불찰이다. 수년 전, 머리가 몹시 아파 서울 큰 병원에서 사진을 찍은 일이 있다. 뇌 말초 혈관이 미세하다며 예방 차원으로 혈류 개선 약을 먹어라 해서 지금까지 매일 콩 먹듯 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주말 장터에서 빌려 간 만 원을, 한 달이 넘도록 까맣게 잊고 있는 옆집 여자를 볼..
수필 읽기
2021. 5. 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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