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초를 날마다 보고 산다. 익숙해지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내성을 키워야 하는 ‘집콕’ 생활에 적잖이 위로가 된다. 여름 땡볕 아래에서 푸른 잎을 맘껏 펼친 자유와 당당함이 부러워서일까. 그런 무던한 파초 하나 집에 있었으면 했다. 파초를 들먹이면 이태준의 수필집 ‘무서록’을 아니 떠올릴 수 없다. 박연구 수필가가 고서점에서 고색이 창연한 마분지로 된 수필집 한 권을 들고 몸을 떨기까지 했다던 그 ‘무서록’. 책장에 범우문고판 ‘무서록’이 있어 가끔 꺼내 든다. 거기에 실린 짧은 수필 ‘파초’를 읽곤 하는데 몇 군데 밑줄을 그어놓았다. 특히 “나는 그 밑에 의자를 놓고 가끔 남국의 정조情調를 명상한다”는 문장을 되짚으며 파초를 심은 정원을 꿈꾸곤 한다. 절에 들를 때 나무인가 싶을 만큼 푸르른 풍채가 ..
수필 읽기
2021. 2. 2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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