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여인 / 곽병길
오랜만에 학창 시절의 앨범을 보며 옛일을 상기시켰다. 사진은 이미 빛이 바래 누랬다. 오래전 묻힌 추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어린 시절로 가고 있었다. 이름도 잊은 얼굴들이 지나가고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얼굴도 있었다. 사진은 왠지 먼지 묻은 그리움이 쌓여있는 것 같았다. 앨범을 넘기는 손가락이 저리었다. 넘겨지는 면마다 희미해진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풍 가서 찍은 사진, 교정에서 어깨동무처럼 해서 카메라에 몸을 맡긴 포즈는 어린 티가 너무나 보였다. 우리도 이럴 때가 있었구나, 생각하며 입꼬리가 스스로 올라갔다. 계속 낡은 앨범을 뒤로 넘겼다. 몇 장을 더 넘기니 아름다운 여학생의 사진이 나왔다. 제법 큰 사진이었다. 고등학교 교복 차림의 소녀는 큰 나무 옆에 서 있었다. 흑백사진이지만 그렇게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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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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