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어 달 만에 고향 집을 찾았다. 오래 비워둔 집이라 무언가 서먹서먹하다.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 잠을 청하지만, 눈이 감기질 않는다. 되레 정신만 말똥말똥하여 온갖 상념이 강물처럼 이어진다. 이미 오래전에 쓰레기 더미 속에 처박은 너절한 일들이 떠오르고,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연들까지 차례로 나타나 머리를 어지럽힌다. 고향도 멀어지면 타향이라 했던가. 처음 떠나 살 때는 문득문득 그리웠다. 골목길도 그리웠고, 그 골목길에 들꽃같이 곱게 피어 웃는 이웃들도 그리웠다. 맞이하고 떠나보낸 동구 밖 느티나무 그늘도 잊을 수 없었고, 봄이랑 가을이랑 무언가 끊임없이 새로운 역사를 몰아오던 바람결도 잊을 수 없다. 솜털 같은 바람이 대지를 쓰다듬으면 빈터마다 무리지어 꽃은 피었고, 여울물 소리 같은 바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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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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