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빛 원피스 / 조향미
예뻤다. 풀빛 원피스에 하얀 구두를 신고 단아하게 앉아있었다. 창가에 달린 햇살 한줌이 뽀얀 얼굴위에 발그스레한 연지처럼 모여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철지난 해풍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미소를 머금으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처럼 부드럽고 우아하였다. 중학교 일학년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약속이 있음을 알렸다. 동생과 나는 그저 가족 나들이 인줄만 알았으나 언니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송도에 있는 음식점으로 갔다.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잘 꾸며진 이층 별실이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미리 와 기다리던 그녀는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처음 본 여인의 반기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저 사람이 누구인지. 왜 우리와 같이 밥을 먹는 건지. 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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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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