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 김이랑
땡그랑 댕 댕 맑은 소리가 절간의 고요를 깨운다. 동그란 소리가 물수제비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가는데, 저 파장에 공명하지 못하는 까닭은 내면의 지평이 시끄러운 탓이다. 닭 울음소리가 아침을 깨워 지게를 지고 나서는 보행의 나날, 게으르지 말라고 밭이 있고 목마르지 말라고 샘이 있어 삶이 척박하지는 않다. 알몸 가릴 무명 몇 필 얻을 수 있기에 춥지도 않다. 외롭지 말라고 이웃이 있어 내 하늘에게 버림받지 않았음도 안다. 하지만, 가끔 하늘을 보면 알 수 없는 허기를 느낄 때가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요란하다. 마찰음, 파열음, 충돌음, 문명의 소음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일상을 흔들어댄다. 빠앙 참을성 없는 소리에 귀가 멍하고 끼이익 놀래는 소리에 오금이 저린다. 쿵쾅쿵쾅 묵직한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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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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