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천댐과 황매산 자락을 중심으로 들어앉은 집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굽어진 길을 따라 무작정 오르다 보면 어느새 모산재의 기암들이 장엄하게 눈길을 뺏는다. 영암사 터는 황매산(해발 1천108m) 남쪽 자락인 모산재(해발 791m) 아래 정동 쪽을 향해 있다. 모산재 주변 바위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영험한 기운을 쏟아내며 절터를 호위한다. 모산재 바로 아래 마을인 합천 가회면은 화전민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곳이다. 한때는 빨치산의 활동 거점이었을 만큼 깊은 골짜기였지만, 지금은 길이 좋아져 골짜기라는 말이 무색하다. 절터엔 아무도 없다. 새벽의 정적만 사방에 깊이 깔렸다. 공기가 무겁다. 바람에 비 냄새가 섞여 있다. 곧 비가 쏟아지겠다. 엷은 어둠 속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얼마나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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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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