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들어오는 골목어귀에 정원이 넓은 큰집이 있다. 이웃과 별로 친교도 없고 육중한 철대문은 언제나 굳게 닫혀 있어 성체처럼 보였다. 그 집 담장에는 이른 봄 개나리꽃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운 꽃집을 만들었다. 라일락이 풍성하게 피어 있을 때는 골목 안이 향기로 가득하다. 그 중에 넝쿨장미가 온 담을 덮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웠다. 5월의 햇살이 무르익기 시작하면 꽃이 하나 둘씩 피기 시작한다. 후두둑 단비라도 지나가면 꽃망울이 일제히 잠에서 깨어나 담장을 온통 빨갛게 물들이며 꽃의 향연이 절정을 이룬다. 새빨갛게 갓 피어난 싱그런 꽃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절로 눈길이 모아지고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그 곳에서는 한 번쯤 발길이 머루르곤 한다. 나도 우울하거나 짜증이 나는 일..
수필 읽기
2021. 5. 15. 10:2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