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숙제처럼 마음에 품고 있었다. 무심히 잊고 살다 어떤 기억의 끝에서 되살아날 때면 조급증이 일기도 했다. 그는 늘 거기 있으니 언제든 가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지 모른다. 우연히 일어난 한 생각도 만삭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문득, 출산의 기미처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충동이 찾아왔다.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한산했다. 그늘 한 점 없이 땡볕만 자글거렸다. 도로는 근래 포장된 듯 산뜻했으나 길을 따라 줄지어 선 대여섯 곳의 서점들은 오래된 건물 그대로 남아 있었다. 1960년대 거리가 형성될 당시 헌책방이 40여 군데나 있었다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를 찾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성냥공장이며 양조장 등 한 시절을 구가하던 일대 기간산업들은 진작 사라지고 박물관이나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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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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