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고 난 성격 탓인지, 느긋한 인생관 탓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짚을 순 없지만 나는 대부분의 일을 빨리 해내지 못한다. 그 느린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였지 싶다. 바쁜 농번기 철이 되면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정지에서 채전으로, 우물가로 달려다니셨다. 그 와중에도 나는 측간에 가 앉으면 들고 있던 종이쪽의 글씨들을 닳도록 읽고, 흙벽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기운을 잡아 갖고 놀거나, 떠다니는 먼지들을 움켜쥐다가 어머니의 고함소리를 듣고서야 엉덩이를 들어 냄새나는 그곳을 나오곤 했다. 그런 나를 본 어머니의 일갈은 한결같았다. “이 호랭이 물어갈 놈의 가시내야, 똥 집어먹고 자빠졌냐?” 오늘도 그랬다. 몇 가지 서류를 마감일에 간신히 맞춰 들이밀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느긋하게 학교에서 나왔다. 일상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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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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