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덩굴째 굴러 왔다 / 김금주
간밤에 장대비가 지나가서인지 아침이 청정하다. 옥상에서 호박 덩굴이 내려와 창문에 매달려 있다. 반가운 손님이라도 찾아온 듯 아이들이 좋아하고 나도 자꾸 창가로 눈이 간다. 여린 잎에 솜털이 보송보송 솟아있고 가는 줄기는 스프링처럼 돌돌 말려서 방안을 기웃거리다 바람에 걸려 그네를 탄다. 호박잎 그늘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맑고 투명하다. 우리는 2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건물 평수나 구조가 일정한 단독주택 단지이다. 교통이 편리해서 좋아했는데, 짐을 풀자마자 호되게 신고식을 치루었다.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와 그동안 누적된 피로로 감기몸살이 심했다. 잠깐 병원에 간 사이에 때맞춰 도선생이 다녀간 것이다. 간수를 못한 내 잘못은 생각지 않고 좀도둑이 많은 동네란 생각으로 적개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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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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