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 화단에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무에 밤톨만 한 열매가 열리면 잘 익은 감을 그리곤 한다. 토종이라 씨알이 굵지는 않아도 익으면 단맛이 좋다. 성급하게 따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감이 완전히 붉은색을 될 때까지 기다린다. 감은 이슬을 받고 가을 찬바람을 견뎌야 무르익어 제맛이 난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보면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홍시가 생각나 설레곤 했다. 지난가을에는 감나무에도 병충해가 생겨 감을 수확하지 못했다. 감이 익을 무렵 묽은 주황빛이 돌더니 툭 툭 떨어져 버린다. 현관 앞 시멘트 바닥에 물컹하게 밟히는 감으로 성가실 정도다. 까치밥으로 남길 것도 없이 다 떨어졌다. 마른 감꼭지가 앙상한 가지에 까만 별 모양으로 붙어있다. 까맣게 굳은 채로 아쉬운 결실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나무는 헛헛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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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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