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 / 김영희
오늘은 동서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형님댁에서 김장을 하기 때문이다. 현관 입구에 들어서니 흥이 실린 목소리들이 화음처럼 울려 퍼진다. 형님은 직접 농사지은 배추를 소금에 절여 소쿠리에 물기를 빼두었다. 커다란 다라이에 젓갈, 고춧가루, 마늘, 찹쌀풀 등 양념을 섞어가며 속 준비에 분주하다. 한쪽에서는 갓, 무, 쪽파 등을 다듬는 손길이 재바르다. 형님은 간은 맞는지 더 넣을 것은 없는지 절인 배추에 양념을 쓱 묻혀 생굴을 얹고 깨를 묻혀 입에 넣어준다. 첫맛은 톡 쏘는 매운맛에 조금 짜다 싶지만 자꾸 받아먹다 보니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맛이다. 각자의 입맛에 따라 짜다, 간이 맞다, 맵다 한마디씩 거든다. 미식가인 막내 동서가 이프로 부족하다는 사인을 보내자 눈치 백 단인 형님은 누른 호박과 곶감 달인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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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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