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나무 / 이승애
바야흐로 온 세상이 꽃길이다. 고인쇄박물관 뜨락에도 봄꽃잔치가 벌어졌다. 모닥모닥 핀 영산홍이 온몸을 활짝 열어젖혔다. 삼색제비꽃, 흰색 철쭉꽃, 낮달맞이꽃도 저마다 꽃술을 치켜올렸다. 푸르른 하늘 허공에 상형문자가 만화방창 찍혔다. 꽃을 눈에 담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섰다. 맨 먼저 금속활자 조형물 ‘직지’가 눈길을 끌었다. 활자 장인이 오 년여 간 피나는 노력 끝에 복원한 금속활자이다. 전시관에는 직지와 시대별 인쇄문화 및 한국의 금속활자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활자의 제작과정, 인쇄술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감상하니, 삶을 바꾸기 위해 혼을 쏟아낸 선조들의 숨결이 깊게 느껴졌다. 천천히 돌아보는데, 특이한 모양을 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원통형 나무 모양에 작은 솔방울 같은 것이 다닥다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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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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