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이브 / 황인찬 이 계단을 오르면 집에 이른다/ 제비들이 창턱에 앉아 뭐라 떠들고 있다/ 그것이 여름이다// 장미가 피는 것을 보며 여름을 알고/ 무궁화가 피는 것을 보며 여름인 줄을 알고// 벌써 여름이구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 지난여름에도 똑같은 말과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이 알아차림을 평생 반복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순간마다 여름은 창턱을 떠나 날아갈 준비를 한다// 이 계단은 집을 벗어난다// 여름에 무리 지어 날아다니고 여름이 이리저리 피어 있는 풍경이다/ 낮은 풀들이 한쪽으로 밟혀 누워 있다//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이 누적 없는 반복을 삶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이 시의 서정적 일면이다// 구관조 씻기기 / 황..
시詩 느낌
2021. 7. 7.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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