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이왕이면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싶어 헌실마을로 돌아갔다. 걸어오다 보니 ‘비가 내려 탐방로에 물이 고여 있을 경우 우회 탐방로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푯말이 서 있다. 물이 불어오르면 계곡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모르긴 몰라도 마을 사람들도 큰 물에게 당했을 것이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은 나그네들을 살펴 봐준다. 청송의 산하는 들판의 곡식들을 야물게 찧어주고 있지만 아직은 더운 바람이 꼬랑지를 짤랑거리며 돌아다닌다. 헌실마을 끝자락의 새마교를 지나 붉은 절벽 앞에 섰다. 중국 땅에 와 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봐도 우리 것이 아닌 듯한 절벽의 빛깔이 낯설다. 노인은 도인(道人)처럼 소매 넓은 도포를 입고 강가에 널따랗게 자리 틀고..

2021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사람 마음을 자꾸 낚는다. 무슨 알레고리를 숨겼기에, 삼천 년 나달 동안 시나브로 사람을 부른다. 앞에 선 쑥부쟁이 아가씨도 그 부름 따라온 것일까. 핑크빛 볼 수줍게 피어난 그녀는, 오늘도 캐릭터들 앞에 서서 그리운 임을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다. 마음 안테나를 뽑아 세운다. 그리워 시린 가슴 하나 툭 떨어진다. 앞에 서면 보면서도 모르겠고, 돌아서면 또 보고파지는 캐릭터. 사람을 애태우는 묘한 재주를 팬터마임으로 뽐내는 상(像). 퍼져 나오는 아우라(aura)에, 어떤 메시지가 실렸는지 그 앞에서 마냥 궁구(窮究)케 하는 실존. 무뚝뚝한 모습에 정나미 떨어지다가도, 눈 감으면 또 아련히 그리워지는 존재…. 바위벽에서 끊임없이 공연하는 캐릭터들의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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