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하루 / 최장순
그가 오늘의 기분을 고른다. 기분은 Y혹은 y. 바로 나다. 존재감은 목에 감기는 그 순간부터이다. 엄숙할 때의 나는 Y, 바람에 날리듯 경쾌한 기분의 나는 y라서 때때로 달라지는 그의 감정을 살핀다. 옷장에는 서른 남짓한 내 동료들이 있다. 신입 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물갔다. 오래된 친구들을 그가 선뜻 내치지 못하는 것은 그날그날 기분과 분위기에 맞는 구색을 맞추기 위함이다. 그는 오늘 빨간 바탕의 흰 점박이 나를 골랐다.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어제의 한랭전선을 밀어내고 맑은 고기압을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어제는 며칠 동안 시장조사를 하고 통계를 내어 작성한 보고서가 퇴짜를 맞은 날. 보고서를 훑던 상사가 그의 머리 위로 비행접시를 날렸다. 핏발선 상상의 목에 묶인 기분만큼 그의 기분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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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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