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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업(口業)
천수경(千手經) 첫머리에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란 주문(呪文)이 있다. 굳이 그 뜻을 풀이하자면 ‘구업을 청정케 하는 진언’이고 그 구업은 곧 입이 짓는 업이다.
업(業)은 인간이 짓는 행위를 말하며 그 종류로는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이 있고 빛깔로는 선업(善業) 악업(惡業) 무기업(無記業-아무 뜻 없이 하는 행위)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구업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천수경 첫머리에 구업을 청정케 하려는 주문을 놓아 더욱 강조한 듯 하다.
구업의 종류를 분별하자면 거짓말(妄語)과 바른 말(正語), 이간질하는 말(兩舌)과 참되고 화합시키는 말(眞語), 악담(惡口)과 사랑스런 말(愛語), 허풍대는 말(綺語)과 실속있는 말(實語)을 열거할 수 있는데 그 업의 세 가지 종류 중에서도 구업은 입만 열면 이뤄지고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마구 내뱉는 구습(口習)으로 인하여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아주 많다고 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어떤 구업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구업이 얼마나 무서운 독소인가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후한서(後漢書)에 경박자(輕薄子)란 말이 있는데, 그것은 언어와 행동이 경솔하고 천박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서 경거망동(輕擧妄動)이라고 비하(卑下)했다.
특히 거칠고 독살스런 말은 그 근거가 약한 것을 시사한다고<위고> 했고 그런 비천한 말은 한 사람의 입으로 나오지만 천만 사람의 귀로 들어가 결국 자기의 가슴에 다시 깊이 꽂히고 마는 법이라고 했다.
이런 것을 불법에서는 구업이 짓는 업보(業報)라고 하고 선인선과(善因善果)를 위한 진언으로 정구업(淨口業)을 간구하고 있다.
“말은 사상의 옷이다<존슨>”라고 했고, ‘하이네’는 프랑스의 상태에서 “말, 그것으로 인하여 죽은 이를 무덤에서 불러내고, 산 자를 묻을 수도 있다. 말, 그것으로 인하여 소인을 거인으로 만들고, 거인을 철저하게 두드려 없앨 수도 있다.”고 했으며, “군자는 말이 적고 소인은 말이 많다.”고 예기<禮記>에서도 말하였다.
이는 말의 중요성이 동서고금을 통하여 강조된 표현이고 보면 안이하게 다루어서는 안됨을 늘 경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이란 가장 쉬우면서 가장 위험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잠시라도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들의 생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말의 행태를 보면 21C 새로운 전쟁을 의심하게 할 정도다. 말이 만들어 내는 혼란은 온 국민을 새로운 이산자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장난일 수 없고 하나의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난장(亂場)의 전조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들의 생활속에서 내뱉어지는 조악(粗惡)한 말들의 홍수는 새로운 시대로 흐르는 강물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말할 때 자신을 조심하라. 경쟁자들과 함께 있을 때는 경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자신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한마디 말을 내뱉기 전에 시간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이미 쏟은 말을 돌이킬 시간은 없다. 말할 때는 유언을 하듯 하라. 말수가 적을수록 다툴 일도 적다. 비밀스러운 것은 항상 신(神)의 체취 같은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다.
말할 때 경솔한 자는 결코 승복당하고 만다.<발타자르 그라시안.스페인 작가>”는 말을 소개하고 싶다.
한경래 (조선닷컴, 와플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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