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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어디로 돌아갔는가

먼 길 아직 절반도 채 못 갔는데
그대는 어디로 돌아갔는가.
長途猶未半 吾子竟何歸
장도유미반 오자경하귀
기대승(奇大升,1527~1572),《고봉선생문집(高峯先生文集)》, 만장(挽章), 제오십일(第五十一)

 


* 해설 -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
위 글은 조선 중기 학자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이 여회(如晦) 이경명(李景明 1517~?)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만장(挽章)의 일부입니다.

첫 번째 구절에서는 꿈꾸었던 것을 다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고, 두 번째 구절에서는 이젠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것을 탄식하며 떠난 이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이어 이경명이 걸출하고 강직한 선비로서 박학하다고 알려졌고, 경국제세(經國濟世)할 뜻을 세웠었는데, 사소하게 생각한 병이 원인이 되어 세상을 떠난 것을 두고 나라의 기둥이 꺾였다고 애통해합니다.

만장은 망인(亡人)이 살아 있을 때의 공덕을 기리고, 죽은 뒤에 평안하기를 기도하며 애도(哀悼)하는 글입니다.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길에 못다 한 말들을 고백하면서 살아 있는 자의 애통한 심정을 달래는 이별 편지라 하겠습니다.

내일은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영결식(永訣式)이 있는 날입니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느냐?”며 남은 이를 위로하고 세상을 떠난 뒤에, 그의 서거(逝去)를 애도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줄 한 줄 다 읽으시면서 외롭지 않게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의 굽이 길마다 파수꾼처럼 지키고 서 있는 이 슬픔도 이번 굽이 길을 돌고 나서는 고운 꽃으로 피어나길 바랍니다. 모두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겠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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