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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을 할 뿐 / 이익

부흐고비 2011. 1. 6. 11:22

해야 할 일을 할 뿐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고,
나에게 이로운지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吾爲其當爲。不念利己者也。
오위기당위。불념이기자야。
이익(李瀷, 1681~1763), 〈신씨가숙연원서(愼氏家塾淵源序)〉

                                   《성호전집(星湖全集)》 (한국문집총간 199집)

[해설]
신무(愼懋, 1629~1703)라는 학자가 있었습니다. 서출(庶出)이었기 때문에 출세하지 못하고 말년에 강원도 고성(高城)에 은거하여 실천궁행(實踐躬行)의 학문에 매진하였다고 합니다. 신무가 70세의 나이로 고성으로 이사할 때에 과수(果樹)의 씨앗을 많이 가지고 가서 심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 나이에 언제 키워 수확하겠느냐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신무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고, 나에게 이로운지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과 맞닥뜨리게 되면 항상 그것이 나에게 이로운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이롭지 않다고 판단되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적인 마음을 이겨내고 일의 당위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또한 인간 본연의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맹자(孟子)가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고 의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이 두 가지를 다 얻을 수 없다면 삶을 포기하고 의를 택할 것이다.[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목전의 이익보다는 일의 당위성을 생각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신무와 같은 사람이 많아질 때 그 사회는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 양기정(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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