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뭐 무꼬? / 영남일보

 

대구에서 뭐 무꼬?

‘식(食)’을 해부해 보라.
사람 인(人)과 선량할 양(良)으로 나눠진다. 음식이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는 뜻. 위장은 하루에 세 번 고독해진다. 1일3식, 그 세 번도 다분히 ‘문화적 산물’. 도인들은 1일1식. 그들은 우리 같은 화식(火食) 대신 ‘벽곡법’을 섬긴다. 벽곡법은 인류최초의 생식법. 그들은 짐승처럼 초근목피만 먹는다.

신분이 올라갈수록 ‘식탐(食貪)’을 일삼는다. 예전 유럽의 귀족들은 가능한한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기 위해 먼저 먹은 음식을 억지로 토해냈다. 종일 식사에 올인했다. 그 전통 탓인지 이탈리아 풀코스는 에스프레소로 종을 칠 때까지 무려 3시간이나 걸린다.

조선 임금들도 잦은 식사에 혹사당했다.

말이 식사지 ‘음식의 테러’나 마찬가지. 많게는 하루 7끼까지 감내했다. 오전 7시 타락죽(우유가 주재료)을 축으로 한 초조반상, 오전 10시 12첩 반상으로 된 아침수라, 오후 1시에는 국수를 축으로 한 낮것, 오후 5시 다시 12첩 반상으로 된 저녁수라, 밤에는 야참, 주안상과 다과상도 들락거렸다. 그래서 상당수 왕들은 단명했다.

밥 먹는 광경은 자못 ‘신앙적’.

먹을 때 다들 고개 숙인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부부같다. 밥 먹는 그 순간만은 모두 신분이 같다고 억지해석을 해본다. 밥을 먹고나면 원래 자기 신분으로 돌아가겠지만. 식사 가격을 들먹이면 음식도 계급적이다. 하지만 허기는 왠지 모르게 ‘평등’한 것 같다.

음식 얘기만 나오면 대구는 주눅이 든다.

상당수 사람들은 ‘대구에선 정말 먹을 게 없다’고 단정(?)한다.

다들 전라도 밥상은 ‘천국’, 대구의 밥상은 ‘지옥’이라고 확신한다. 듣는 사람도 덩달아 맞장구친다.

안타깝다. 그들은 등잔 밑이 어두웠다. 발품 팔면서 대구 곳곳의 음식에 대해 가슴으로 고민해보지 않았던 거다. 그들은 대구 음식을 ‘귀’로 먹은 것이다. 누가 형편없다고 말하니까 그렇게 따라 말한 것이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25일 앞으로 다가섰다. 대구음식 자랑거리를 내밀어 본다.

대구는 한국 육개장의 발상지.

다들 서울이 육개장 메카인줄 안다. 아니다. 대구다. 그 사실은 일제 때 ‘별건곤’이란 잡지 등에서도 주창됐다. 육개장이 가장 다양한 버전으로 진화된 곳이 바로 대구다. 최근 공중파방송에서도 이 사실을 잇따라 다큐물로 다루고 있다. 따로국밥은 육개장의 변형. 따로국밥 원조식당인 국일식당의 따로국밥은 곰탕과 선지국, 반가의 쇠고기국이 합쳐진 스타일, 대덕식당의 따로국밥은 대파 대신 우거지가 주재료, 중구 시장북로의 옛집, 온천골, 벙글벙글 등은 소피가 들어가지 않고 대파와 무만으로 끓인 ‘육개장형 따로국밥’이다. 진골목 식당은 사리가 들어간 ‘육국수형 따로국밥의 신지평’을 열었다. 대구에 국박물관을 지어봐도 좋을 듯싶다.

또한 대구는 전국 최고의 ‘술안주의 고장’.

쇠고기 사시미같은 뭉티기, 육회,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버전의 곱창과 막창 골목, 평화시장의 닭모이주머니튀김, 내당동 반고개의 무침회, 최근 양은 냄비에서 스테인리스스틸 냄비로 바꾼 동인동찜갈비와 칠성동과 북성로의 연탄불 돼지불고기…. 일부 외국인들은 교동시장, 남문시장, 미성당, 서문시장 등으로 분파된 다양한 버전의 납작만두를 두고 ‘만두의 놀랄 만한 변신’이라고 극찬했다. 그런데 아직 우린….

참고로 누가 ‘대구에서 뭐 무꼬’라고 물으면 대구에서 탄생한 ‘대구십미’라도 살갑게 챙겨주자. 따로국밥, 찜갈비, 납작만두, 막·곱창, 누름국수, 무침회, 논메기매운탕, 야채만두, 복불고기, 뭉티기.

출처 : 영남일보(2011.8.3, 이춘호 주말섹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