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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원으로 고성과 내는 비결


많은 우리 기업들이 ‘일류 인재’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일류 인재보다는 내부의 평범한 직원으로 고성과를 내는 기업들도 많다. 특출한 인재 없이도 우수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경영상의 시사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허진(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2000년에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인재 전쟁(war for talent)’을 예고한 바 있다. 지식 사회로 접어듦에 따라 지식과 정보가 풍부한 탁월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따라서 기업들간 인재를 서로 선점하려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006년인 지금 기업들간의 인재 전쟁은 심각할 정도다. 해당 분야에서 국내 또는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CEO가 전세계를 여행하기도 하며, 경쟁사가 확보한 인재를 가로채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재 전쟁에서 이긴 기업이 반드시 사업에서도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IT 시스템 기업인 시스코의 CEO 존 챔버스는 ‘뛰어난 팀웍이 인재들의 집합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 이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인데, 몸값이 가장 비싼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 결국 챔피언이 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올림픽을 예로 들면, 미국은 프로농구리그(NBA)에서 연간 수백억원을 받는 최고 스타들로 구성된 드림팀으로도 우승을 하지 못한 바 있다. 비즈니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최고의 기업으로서 인재들의 집합소라 할 수 있는 LG전자나 삼성전자의 MP3가 iRiver라는 중소기업 제품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하나의 예다. 또한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동경대 출신이 모여있는 니산이 지방대 출신들이 대부분인 도요타에 항상 밀리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이 올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평범한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동기부여를 잘 하는 기업(7.9%)이, 우수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나 효과적으로 동기부여 하지 못하는 기업(6.9%)에 비해 영업이익률 면에서 보다 높은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 사회에서 탁월한 인재가 사업 성공의 중요한 관건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인재들이 풍부한 회사가 실제로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재 확보 그 자체가 사업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재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의 평범한 직원들로 고성과를 내는 기업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미 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른 P&G나 도요타, 뉴커(Nucor), 교세라 등과 중소기업이면서 글로벌 경쟁을 선도하는 레인콤 등이 그러하다. 이들 기업들은 외부에서 검증된 인재들을 영입하기보다는 내부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동기 부여하는데 집중함으로써 인재 집단 이상의 성과를 창출해 내고 있다.

본고에서는 탁월한 인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인재 제일주의가 유발할 수 있는 후유증과, 이와 대비하여 평범한 직원들만으로도 우수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인재 전쟁’의 시대에서 기업 경영의 시사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지나친 인재 제일주의의 후유증

치열한 인재 전쟁에서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인재를 확보하는데 성공하고도, 실제 사업에서는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지나친 인재 제일주의가 조직에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인재 제일주의가 일으킬 수 있는 후유증으로 첫째는 ‘우리보다는 나’ 증후군이다.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는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강조하는 개인주의적 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문화가 지나치게 강조될 때 ‘우리’보다는 ‘나’를 우선하게 되고 결국 구성원들간의 팀웍을 해칠 수 있다. 또한 비생산적인 내부 경쟁을 부채질할 수 있으며, 조직내의 지식이나 베스트 프랙티스의 확산을 저해할 수도 있다. 우수 인재에 대한 차별 대우를 강조하던 GM이 새로운 린 생산방식을 도입하여 전세계 공장들에 확산하고자 할 때 공장 관리자들간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둘째는 ‘영입 인재 우상화’ 증후군이다.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들을 우상화함으로써 그들의 지식이나 스킬을 절대시하는 반면 기존 구성원들의 지식이나 스킬을 경시하는 것을 말한다.이는 기존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영입 인재와의 협업 시에 위축되게 할 수 있으며, 결국 기존 직원들의 이직을 부추길 수 있다.

세번째는 ‘B Player 경시’ 증후군이다. 지나치게 인재 위주로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인재 집단에 들지 못하는 B Player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조직내의 핵심 인재는 많아야 10~20%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80~90%는 소위 말하는 B Player들이다. 만약 B Player들의 사기와 업무 능률이 떨어지면, 조직 전체 성과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네번째는 ‘유아독존’ 증후군이다. 원하는 뛰어난 인재들을 확보하데 성공하고 난 뒤 천하 제일이 되었다는 자만심을 갖는 것을 말한다. 자만심은 자신이 모든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여기게 하며,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눈과 귀를 막아 버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MS Window 운영체계와 메신저를 팩키지로 개발하여 시험 버전(Trial Version)을 시장에 제공하였을 때 고객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인재들로 가득 찬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들이 무지하다고 판단하고 출시를 강행함으로써 결국 반독점법에 제소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인재들의 자만심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평범한 직원으로 고성과 내는 비결

탁월한 인재를 확보한 기업들이 위와 같은 증후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내부의 평범한 직원들만으로도 고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 일류 인재 대신 Right People 채용

평범한 직원들로 고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실력이 검증된 일류 인재보다는 자사의 문화에 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을 뽑는다. 짐 콜린스가 그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변화하는데 있어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니다. 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이다”고 말한 것처럼, 사업/직무 특성, 문화에 적합한 사람이 많을 때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인 P&G의 경우에는 검증된 일류 인재보다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신입 사원들을 뽑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사는 채용 시 학벌이나 유명 기업체 근무 경험보다는 SAWs(Success Action for Winning)라는 채용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SAWs는 리더십, 역량, 위험 감수, 혁신, 문제 해결, 협력 등 7개 항목으로, 회사의 경영 이념과 핵심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자질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철강 기업 뉴커의 경우, 이례적으로 농부들을 채용하고 있다. 제철 업무에 적합한 사람은 특별한 교육적 배경이나 유용한 기술, 전문적인 지식보다도 노동 윤리나 헌신적인 책임 완수, 성실한 태도, 건전한 가치관 등이 투철한 농부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일류 인재 채용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방에 위치한 기업들이 대안으로 Right People 채용으로 선회하기도 한다. 일본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수도인 동경에서 멀리 떨어진 아이치현의 미카와에 위치하고 있어 일류대 출신 인재들을 유치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일찌감치 이를 포기하고 지방대 출신 가운데 회사의 문화인 ‘혁신에 대한 열정’이 높은 사람을 채용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 팀웍 강조

평범한 직원들로 고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개인의 자질이나 역량보다는 팀웍을 강조한다. 특출한 인재가 없어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인재 몫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팀웍이 강할 때에는 인재들의 모임 이상의 역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로 조직력이라고도 하는데, 스포츠 세계에서 그 중요성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세계적인 스타 선수가 한 명도 없는 한국팀이 강한 조직력만으로 세계적인 강호 이탈리아팀과 스페인팀을 꺾고 4강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팀웍은 주로 성과 책임이라든가 보상 방식을 통해 강화되고 있는데. 일본 기업인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이 대표적이다. 교세라는 영업이나 생산을 담당하는 조직을 40~50여명으로 구성된 400여개의 아메바 조직으로 나누어 해당 조직별로 성과 책임을 엄격히 부여하고 있다. 아메바 조직 단위로 매일, 매월 성과 결과를 피드백하며 성과가 낮을 경우에는 아메바 조직을 해산시키기도 하는 등 모든 구성원들이 팀과 운명을 같이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뉴커는 팀 보너스 시스템을 활용하여 팀웍을 다지기로 유명하다. 직원들 보수의 50% 이상을 20~40명으로 이루어진 팀의 생산성과 직접 연계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욱 특이한 것은 팀내에서 게으른 자가 있을 경우에는 회사가 나서기 전에 팀원들이 자체적으로 그 사람을 몰아내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볼 때, 팀웍을 강조하는 것이 무임 승차자(free rider)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뉴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 내부 육성 원칙

한편, 평범한 직원들로 고성과를 내는 기업들이라고 해서 인재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부에서 일류 인재를 영입하기보다는, 내부 직원들을 인재로 육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인재들의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 육성을 원칙으로 한다고 해서 인재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내부 육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P&G는 맥 휘트먼 이베이 사장이나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등과 같은 최고의 인재들을 배출해 낸 바가 있다. 오히려 내부에서 인재들을 육성하여 시장에 공급하는 인재사관학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P&G는 최고 경영자를 회사 내부에서 육성하는 내부 승진 제도로도 유명하다. 갑자기 중간 간부가 회사를 떠난다 하더라도 내부 직원으로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그냥 비워둔다. 그리고 내부 직원이 충분한 역량을 갖추면 빈자리로 승진시킨다.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지만 내부 승진으로 인한 장점이 더 크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P&G는 내부 승진 제도가 주인 의식이나 정직성, 성취에 대한 열정 등과 같은 P&G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준다고 여긴다. 또한, CEO 포지션은 내부 직원들에게 열려 있는 자리라는 비전을 주고 대다수의 직원들이 회사에 남아 같이 성장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더욱 협력적인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한다.

● 진두지휘형 리더십

평범한 직원들로 고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CEO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보고만 받기보다는 실제 현장에 나가 진두지휘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의 역량이 떨어진다고 여겨 실무에 직접 개입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회사가 지향하는 전략과 목표, 문화를 구성원들과 철저하게 공유하기 위해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고, 이를 통해 설득, 이해시키려는 노력이다. 평범한 직원들로 고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특히 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하는데, 이를 위해 CEO가 직접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다.

뉴커의 CEO인 댄 디미코(Dan DiMicco)가 부임 후 맨 처음 한 일은 모든 부서와 현장을 방문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원과 대화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1년에 1번 이상 직원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겠다고 약속을 하고 35개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뉴커의 핵심 가치와 실천 방안을 끊임없이 주지시키고 있다.

인재는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일류 인재로 가득 찬 기업을 평범한 직원만으로 이기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인재가 많은 기업이라고 해서 무결점의 조직인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나’ 증후군, ‘영입 인재 우상화’ 증후군, ‘B Player 경시’ 증후군, ‘유아독존’ 증후군이 인재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기업의 성과를 갉아 먹는다. 반면, 평범한 직원들로 구성된 기업이라 하더라도 Right People을 채용하고, 팀웍을 강조하며, 내부 육성을 원칙으로 하여 진두지휘형 리더십을 발휘할 때 인재 중심의 기업을 능가하는 고성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이상의 내용을 통해 인재가 사업 성공의 필요 조건일 뿐이며, 인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사업이 성공한다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치열한 인재 전쟁 속에서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지금, 우리 기업들은 어떤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 갈 지를 정해야 할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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