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연필 같은 사람 / 파울로 코엘류


할머니가 편지 쓰는 모습을 본 소년이 물었다.

“할머니, 우리 이야기를 쓰시는 거예요, 아니면 저에 관한 이야기를 쓰시는 건가요?”

할머니는 쓰던 손길을 멈추고 손자에게 대답했다.

“그래 너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쓰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쓰고 있는 이 연필이다. 할머니는 네가 커서 연필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소년은 의아한 표정으로 연필을 봤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늘 보던 것과 특별히 다를 게 없는데요?”

“그건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문제란다. 연필에는 다섯 가지의 특징이 있단다. 그걸 네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앞으로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게다.”

그러면서 소년의 할머니는 연필의 다섯 가지 특징을 설명했다.

먼저 소년이 장차 커서 큰일을 할 수도 있는데, 그때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 손과 같은 존재가 바로 신(神)으로, 그 분은 언제나 당신 뜻대로 우리를 인도한다.

두 번째 특징은 연필은 가끔 쓰는 것을 멈추고, 칼로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은 좀 아파도 연필심을 좀 더 예리하게 만들어야 쓸 수 있게 된다. 연필이 깎이는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듯이, 사람도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세 번째 특징은 연필에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오히려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준다.

네 번째 특징은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연필심이라는 것이다. 늘 연필심 같은 우리의 마음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마지막 특징은 연필은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다.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기므로,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저지른 그 일이 남길 흔적이 무엇일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수필집 흐르는 강물처럼(Like the Flowing River) 중에서

파울로 코엘류

두려워해도 됩니다. 걱정해도 됩니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마십시오.
두려움과 마주하고 근심의 순간을 뛰어 넘으십시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우러 지도록 도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용감하십시오.

의미 있는 것들을 위해 투쟁할 만큼 용감하십시오.
남들이 아닌 바로 ‘나’에게 의미 있는 그것을 위해.


1947년 브라질에서 태생 소설가. 한때 록 밴드, 저널리스트, 배우, 극작가 등으로 활동.

반정부 활동으로 두 차례 투옥. 그의 작품은 전 세계 166개국에서 번역되어 1억 부 이상 팔린 우리시대의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의 한사람이다. 우리나라에도 <연금술사> <오자히르.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11분> <흐르는 강물처럼> 등이 번역되어 출판됐다.


'수필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한 편의 시 / 임어당   (0) 2018.08.15
무 / 이은희  (0) 2018.08.15
유시민 항소이유서 [전문]  (0) 2018.08.14
먹 / 김동수   (0) 2018.08.14
뿔 / 김동수  (0) 2018.08.14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