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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글의 구성(플롯)

by 부흐고비 2020. 10. 16.

글을 일단 쓰고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가 중간에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러 내용이 얽히고설켜 뒤죽박죽되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당연히 수정해야 하는데, 그 수정이라는 게 다시 쓰는 것보다 더 어렵다. 난감하다.

그렇다면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있다(이 말에 혹 무슨 만병통치의 효과라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길 바란다.)

바로 글을 쓰기 전에 이정표 역할을 하는 '구성'을 짜는 것이다.

'구성'이란 낱말은 흔히 '플롯'(plot)이란 용어로도 사용되곤 한다. 그런데 이 구성은 소설이나 영화, 연극 같은 서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우리가 쓰려고 하는 일반적인 실용문과는 관련성이 적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소설과 같은 문학뿐만 아니라 실용문 등 어떤 글이라도 기본적인 구성은 있게 마련이다. 설령, 글쓴이가 사전에 구성 같은 건 전혀 고민하지 않고 일필휘지로 내갈겨 썼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글을 분석해보면 대략적인 구성의 형태를 볼 수 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문학작품을 분석적으로 접근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어떤 작품이라도 분석 앞에서는 두부모 자르듯 명쾌하게 구분되었던 사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구분을 바탕으로 작가의 애초 의도를 파악하곤 했었던 경험. 그런데 과연 작가가 우리가 정답으로 꼽았던 의도를 애초부터 갖고 있었을까. 아마도 우리들의 견강부회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작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모든 글에는 구성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문학이 아닌 실용문 범주의 글을 쓸 때 어떻게 쓰면 효율적일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구성'의 문제를 다룬다. 노련한 작가의 일필휘지가 아닌 '초보 작가의 글 시작 전 필수과정'처럼 다룬다.

그럼 구성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구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서너 가지의 풀이가 나온다. 그중 이 글에 부합하는 것을 골라보면, "문학작품에서 형상화를 위한 여러 요소를 유기적으로 배열하거나 서술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글은 생각이나 사실 등 갖가지 콘텐츠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콘텐츠들을 이용하여 글쓴이의 메시지(의도)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독자가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쓴 글이 좋은 글이라는 사실은 앞선 글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글쓴이에게 다가오는 부담은 이런 생각이나 사실과 같은 콘텐츠의 조각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엮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노련한 작가라면 머릿속으로 전체 그림을 그린 후 나름 논리적인 주제별로 써내려간다 해도 중간에 길을 잃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보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래서 구성을 짜라고 권하는 것이다.

구성의 종류에는 글의 종류만큼이나 많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글마다 다 제각각의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여기서는 몇 가지 대표적인 방식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구성하면 으레 떠오르는 연관검색어가 있다. 서론-본론-결론이나, 기-승-전-결 같은 고전적이면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형적인 방법론이다.

서론-본론-결론의 체제는 논리적이고 간단해서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논문이나 주장 글에 가장 많이 활용된다.

서론은 "말이나 글 따위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위한 실마리가 되는 부분"이고, 본론은 "말이나 글에서 주장이 있는 부분", 결론은 "말이나 글의 끝을 맺는 부분, 또는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림, 또는 그 판단"이다. 사전적 풀이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그래서 글을 서론-본론-결론의 형태로 구성한다면, 이 글을 쓰는 이유와 앞으로 어떤 내용의 글을 쓸 것인지를 밝히고 난 다음 앞(서론)에서 예고한 대로의 내용과 주장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 내용과 주장(본문)을 종합하여 자신의 판단(결론)을 쓰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술 마시는 풍경이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엔 으레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이 함께 모여야만 술을 마셨는데, 요즘엔 혼자서도 잘 마신다."

이런 시작 글이 있다면 이 두 문장은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대략의 방향을 제시한다. '술 마시는 풍경'이라는 주제로 글 쓰겠다는 것. 이를테면 서론이다.

그렇다면 다음엔 왜 술은 둘 이상이 마시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해왔는지, 그런데 요즘은 왜 혼자서도 술을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앞에서 제시한 주제를 설명하는 이야기들을 쓴다. 즉 본론이다.

그런 다음, 과거엔 여럿이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당연시되었지만 지금은 나홀로족이 늘면서 혼자서도 술을 마시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진다며 술은 꼭 여럿이 함께 마셔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얼마든지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쓴다. 결론이다.

물론 여기서 두괄식(결론을 앞에 놓는 방법)이냐 미괄식(결론을 맨 뒤에 놓는 방법)이냐 쌍괄식(결론을 앞과 끝 모두에 놓은 방법)이냐에 따라 구성 순서가 바뀔 수 있다. 결론-서론-본론, 결론-서론-본론-결론… 이런 방식도 가능한 것이다.

또한 기승전결(起承轉結) 방식은 어떤가.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기승전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같은 어법이 있다. 지금 여기서 얘기하는 기승전결 구성법에 기댄 표현이다.

사전의 풀이에 의존해 기승전결이 무슨 의미인지부터 보자.

ㅇ 기(起): 문제를 제기하는 것
ㅇ 승(承): 문제를 전개하는 것
ㅇ 전(轉): 결정적으로 방향을 한 번 전환하는 것.
ㅇ 결(結): 끝맺는 것


'기승전혼술'이라는 말로 설명해보자. '술 마시는 풍경'이란 주제로 여러 사람이 모여 방담을 나누자고 해서(기) 참석자들이 각자 갖고 있던 다양한 음주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승), 그런데 그중 혼자 사는 한 사람이 예전에 혼자 술 마시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에 자주 혼자 술을 마시다 보니 혼술도 나름 재미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화제를 혼술로 바꾼다(전), 그러자 모두 혼술했던 경험과 장단점 등에 대해 얘기하다, 요즘은 혼술이 대세라고 의견을 모은다(결).

어떤가. 이해가 되는가. 구성이라는 것은 글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하는 것을 말한다.

친구들에게 어떤 힘센 아이와 싸웠던 이야기를 한다고 해보자. 이럴 때 화자는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재미있고, 그리고 자신의 용기를 부각하는 무용담을 만들까 고민하게 된다. 이럴 때 상대방 코피 터진 얘기를 먼저 할까, 아니면 시비를 걸어오자 대담하게 결투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얘기하는 게 효율적일까.

바로 글 쓸 때 구성을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치다. 쓰고자 하는 글을 어떻게 배치하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과정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 구성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길을 잃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아울러 글의 전개가 훨씬 자연스럽고 효과적이게 한다.

 

플롯 plot 에 관해 더 알아보려면 클릭!!! (황영윤은...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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