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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학원 상담선생 성질이 왜 그래? 괜히 막 흥분해서 혼자 화내더라! 현이 엄마가 자기 아이 이번에 들어갔는데 자리 많다기에 전화해서 지금 등록하러 가겠다고 했더니 지금은 안 된다, 상담 약속 하고 와라, 요일 시간 잡아서 와야 한다, 그러는 거야. 아니 전화 받고 있으면 자리에 있는 건데 왜 상담이 안 된다는 거야? 무슨 학원이 아무 때나 상담이 안 돼? 그리고 지금은 정원이 다 차서 못 넣어준다나? 현이 엄마 말이 애들도 몇 명 없다던데 무슨 자리가 없냐고? 내가 자리 있다고 들었다 그랬더니 누가 그러더냐? 학생 이름이 누군지 대라, 그러면서 화를 내는 거야. 내 참 기가 막혀서. 그래서 내가 왜 화를 내냐고 했더니 뭐래더라. 내가 자기 말을 안 믿는다나 뭐라나. 아니 그거야 학원들이 상업적으로 괜히 대기하라, 자리 없다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거지. 괜히 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끝까지 현이 엄마라고는 안 하고 그냥 알았다고 했지 뭐. 암튼 다시 대기해 놓고 끊었어.

출근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다짜고짜 거기 위치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간단하게 알려주며 무슨 일이시냐고 물었다. 지금 온다고, 와서 등록하겠단다. 다니는 아이 엄마가 얼른 가서 등록하랬다고. 우선 상담은 시간 약속을 하고 와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오셔도 어차피 자리가 없어 등록할 수 없다고.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지금 당장 오겠단다. 정원이 다 찼다고 말해도 와서 등록하겠단다. 최소 서너 번은 더 같은 말을 했다. 내 말을 안 듣는 건지, 안 듣고 싶은 건지…. 정원이 다 찼다는 내 말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자리 많이 있다고 들었다는 자기 말만 되풀이한다. 물도 없이 고구마를 두어 개 먹은 듯하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에 더 이상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 전에 목소리가 커졌다. 흥분하면 지는 건데. 이럴 때 목소리를 낮추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설명하는 프로가 되지 못하고…. 일분 후에 아차 싶지만 이미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오히려 상대방은 처음보다 차분한 목소리로 왜 자기에게 화를 내느냐고 한다. 자기는 화 안 냈는데. 나만 매너 없는 사람이 되었다. 빨리 정리되기는 했다. 자리 없는데 있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냐고 큰소리로 재차 물으니 알았단다. 그럼 대기해 놓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이미 절차를 다 알고 있다.

아이가 숙제를 안 해 와서 전화하면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부터 문제를 많이 틀린 것이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선생 탓이라는 반응까지, 발표 시간에 말을 안 해서 걱정하면 그건 선생이 끌어내는 능력 부족 아니냐고 학원 선생이 전지전능(?)한 줄 아는 사람도 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업에 결석하고 수강료를 빼달라거나 개인지도를 해달라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일요일과 월요일에 쉰다고 했더니 왜 일요일에 쉬느냐고 너무 많이 쉬는 거 아니냐고 진짜로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목소리가 떨리고 높아졌다. 고수는 목소리 톤이 한결같아야 하는데, 끝까지 웃어야 하는데 말이다. 어떻게 하면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을까? 수시로 던져지는 자잘한 돌멩이와 종종 큰 바위까지, 상담의 길은 버겁기만 해서 꿈속에서도 시달리곤 하니 아무래도 그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이제 조금 낮은 목소리로 통화를 끝내긴 한다.

나, 엊그제 그 학원 입학 설명회 다녀왔어. 설명하는 사람이 지난번에 전화 받은 부원장이라는데 목소리도 작고, 기운도 없어 보이는 게 아픈 사람 같기도 하고. 자기네 학원은 한 반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그 인원을 넘겨 넣어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구. 아니, 학생이 늘면 반을 더 개설하든가. 그리고 아이들이 영․수 학원 가면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데 무슨 논술학원이 일요일에 수업을 안 하냐고? 너무 학원 편의적인 거 아냐? 암튼 뭐, 부원장 말은 기다린 순서대로 정확하게 연락을 한다는데 약간 융통성이 없는 것 같아. 잘못된 정보를 듣고 가끔 막무가내로 넣어달라는 학부모들이 있다면서 웃는데 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설마 내 얘긴 아니겠지? 내가 그렇게 막무가내는 아니니까 말이야.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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