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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운명애運命愛 / 임낙호

by 부흐고비 2022. 5. 19.

아모르파티! KBS<열린 음악회>에서 탱고풍의 가수 김연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대중가요에 이런 깊은 뜻의 철학적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처음 들었을 때는 ‘아모르’ 파티party인가 했다. 신나는 파티 즉 향연 같은 것인가. 다시 자세히 들어보니 ‘아모르 빠띠’이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 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 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

나는 아모르파티Amor Fati란 말을 좋아한다. 이 단어는 그리스 희랍어에서 온 말이다. 아모르는 에로스Eros를 의미하고, 파티Fati는 운명을 뜻한다. 종합해 보면 아모르파티는 운명애運命愛라 해석할 수 있다. ‘운명을 사랑하는 것’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아모르파티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삶의 방식을 표출한다. 즉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다. 이는 니체 철학 전반과 연관을 갖고 있는 개념으로 디오니소적 긍정의 최고 형식이다.

니체 철학의 핵심인 영원회귀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삶은 동일한 것의 무한한 반복을 이루는데, 이를 통해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긍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한 시간이나 사건에 대한 만족이나 긍정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삶 전체와 세상에 대한 긍정을 통해 허무를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아모르파티는 니체의 『즐거운 학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에서도 언급되었으며, 니체는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위대한 것이라고 보았다.

니체의 기본 인생관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아모르파티인 이유는 그가 오랜 동안 정신병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에 실패한 전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고통을 피하려하지 않고 삶에 주어진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태도였다.

그런 니체의 철학은 어디서 온 것일까? 서양 철학의 기본 뿌리는 우리의 ‘금오신화’ ‘단군신화’가 있는 것처럼 서양 정신을 세우는 ‘그리스로마 신화’였다.

이 그리스로마 신화는 ‘오디세이’와 ‘일리아스’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호메로스로 알려져 있다.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진 반면 저자 호메로스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게 없다. 전설이다, 실존 인물이다, 혹은 다양한 작가들이 사상이 합쳐진 가상 인물이란 말이 설왕설래한다.

호메로스가 가장 먼저 아모르파티란 말을 썼다. 그의 작품 운명을 사랑하라 는 소설 《오디세이아》에 나와 있다.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이타카 왕 오디세우스의 삶 자체가 아모르파티인 것이다. 그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었지만 다시 고향 집으로 돌아가기까지는 10년이나 걸렸다. 괴물도 만나고 스타벅스 로고 주인공 사이렌(인어 모양)을 마주치기도 했다. 이때도 그는 도망치지 않고 자신을 기둥에 묶어놓고 노랫소리를 들은 일이 무척 유명하다. 이렇게 고생을 하며 고향으로 돌아오니, 웬걸 아내는 수많은 구혼자들로 둘러싸여 만나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그는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겨우 아내를 되찾았다. 그렇지만 힘든 삶에 대한 분노와 거부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다시 아내를 찾았을 때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의 삶은 늘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고난에는 끝이 없습니다. 아무리 그 일들이 힘들지라도 우린 그것을 완수해야만 합니다.”

아모르파티에 대한 이해를 궁구하다보면, 고통은 아픔이 아니라 차라리 시련이다. 우리는 이 고통이나 고난을 하나씩 완수해 나갈 뿐이다. 헤르만 헤세도 고통을 피할 수 없으면 극복하고 즐기라고 했다.

노랫말을 보면 고통을 이기고 가라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돼”라는 말로 아모르파티를 일갈하고 있다. 종심從心의 때에 꼭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시대를 초월하여 니체도, 호메로스도 똑같은 고뇌를 했을 것 같다. 자신의 생각대로 참되게 살아가는 사람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애오라지 운명을 사랑할 일이다.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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