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향 서권기(文字香書卷氣)는 글에서 나오는 향기와 책에서 나오는 기운을 의미한다. 냄새를 맡거나 눈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제된 생활과 수양된 인품이 배어 있어야 한다. 마음으로 읽는 책이 가슴에 쌓여 청정한 기운과 우아한 향기를 뿜을 때, 그 기운과 향기를 일러 서권기(書卷氣)와 문자향(文字香)이라고 한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아들 상우에게 유배중 보낸 서찰에 자신의 서예관을 피력 한 말이다 胸中淸高古雅之意 又非有胸中 文字香 書卷氣 不能現發於腕下指頭 又非如甚尙楷書比也, 須於胸中 先具 文字香 書卷氣 爲隸法張本 爲寫隸神訣 ”예서 쓰는 법은 가슴속에 맑고 드높으며 고아한 뜻이 있지 않다면 손에서 나올 수가 없느니라. 가슴속의 맑고 드높으며 고아한 뜻은 또한 가슴속에 문자향과 ..
최근 학교 앞에 삼계탕 식당이 생겼다. 찹쌀이 듬뿍 들어간 삼계탕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닭죽이라는 이름의 상품이 있어서 어떤 내용인지 물어보았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을 모두 잘게 뜯어서 풀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혹시나 싶어서 시켰는데 기대했던 바대로였다. 맛있었다. 닭죽은 나에게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우리 집은 대가족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아버지 어머니 5남매 9명이 기본가족이었다. 복날 근처에는 몸보신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여름에 두 차례 세 차례씩 꼭 닭죽을 해먹었다. 어머니는 영해시장에 가셔서 생닭을 한 마리 사 오신다. 물을 팔팔 끓여서 닭을 물에 담그면, 닭의 털이 쉽게 떨어진다. 나신이 된 닭을 삶은 다음 살코기를 잘게 만든다. 쌀에 닭고기를 넣어서 죽을 만든다. 특별..
무거운 마음으로 고향집으로 달려갔다. 태풍 때문에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 대문을 달고 있었던 좌우 담장 약 20미터가 사라진 상태이다. 건물이 훤히 보이는 것이 무언가 나사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담장을 다시 쳐야 할 터인데, 장남인 형이 있으니 형과 상의해서 결정할 사항이다. 저녁을 친구들과 먹고 9시경에 샤워를 하고 어머니 방에서 자려고 하는데, “야야”하고 부르신다. 어머니는 만면에 아이 같은 순진무구한 웃음을 띠고 계셨다. 웃으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신다. “담장 무너진 한 쪽에 조립식 건물 조그마하게 짓지 못하나, 애비야”. 나는 답을 했다. “예, 전에도 어머니 편하시게 모시려고 우리가 조립식 건물 짓는 것을 논의했습니다”.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고, 너가 자주 축산집에 오니, 지금 여기가..

김재혁(金在爀) 시인 1959년 충북 괴산 출생.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의 대표적인 릴케 연구자로서 시인 및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4년 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내 사는 아름다운 동굴에 달이 진다』 『아버지의 도장』 『딴생각』이 있다. 그 밖의 저서로 『릴케와 한국의 시인들』, 『바보여 시인이여』 『릴케의 예술과 종교성』, 『릴케의 작가정신과 예술적 변용』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릴케 전집 1-기도시집 외』, 『릴케전집2-두이노의 비가 외』, 『릴케 : 영혼의 모험가』, 『노래의 책』, 『로만체로』, 『넙치 1,2』, 『푸른 꽃』, 『겨울 나그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소유하지 않는 사랑』, 『골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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