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산 시인 2006년 《시안》 신인상에 〈장미꽃 무늬가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진단서〉 외 9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가 있다. '센티멘털 노동자동맹' 동인 인생이 이렇게 어두워서야 쓰겠나 싶어 / 리산 어두워지는 행성의 저녁에서/ 어두워지는 반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 잔 차를 끓이고 있노라면// 밤은 비단처럼 부드러워지고// 한 세월 잊었던 꿈처럼// 지구의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며/ 불곰들 연어를 잡던 풀이 무성한 개울 생각// 있었지 모든 것이 있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지/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지// 밤새 찻물은 끓어오르고/ 어두워지는 반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인생이 이렇게 어두워서야 쓰겠나 싶어..

외로운 마음을 술에 의지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술에 취하고 나면 당돌해진다고나 할까요. 없던 용기도 생기더군요. “요즘도 가끔 혼술 하니?” 선배가 묻더군요. 복용하는 약이 있어 뜸하다고 했어요. 그날도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지요. 단골인 나도 이름을 적고 자리가 나길 기다렸습니다. 우리 동네 아담한 초밥집입니다. 나는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즐겼기에 가는 곳이 정해져 있었지요. 추억이 그리운 날은 초밥집을 찾았고, 술 따라주는 친구가 필요할 때는 동태탕 집을 찾곤 했답니다. 종업원이 번호를 부르네요. 나는 바텐더 자리를 원했기에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요. 주문을 받으러 내 옆으로 다가오네요. “따뜻하게, 차게, 어떻게 드릴까요?” “차갑게요.” 짧게 말하고 초밥 몇 점과 정종을 잔술로 주문했습니다...

‘식사하셨어요?’ 흔하게 쓰는 인사말 중 하나다. 그 물음에는 약탈과 침략으로 얼룩진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서민들의 한이 스며있다. 밥 한 끼 먹으려고 누구는 소처럼 일하고, 어떤 사람은 강아지처럼 구걸했다. 몇몇은 눈밭에 갇힌 야생동물처럼 굶기를 밥 먹듯 했다. 식사에 관한 인사말에는 너는 어떻게 한 끼를 무사히 해결했는지에 대한 걱정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밥은 생존과 안부를 묻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밥’이라는 단음절을 사용하여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한다. ‘나중에 밥 한번 살게. 밥심으로 산다. 한솥밥 먹는다. 밥값은 해야지. 그 나물에 그 밥. 콩밥 먹고 싶어. 그 사람 밥맛이야.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 밥만 먹고 사나.’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표정만으로 서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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