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례 시인 1966년 충청북도 보은군에서 출생했다. 한남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계간 《시와사회》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뜨거운 발』, 『혹시나』,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울컥』이 있다. 제9회 한남문인상, 제18회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작은詩앗 채송화 동인 뜨거운 발 / 함순례 어스름 할머니민박 외진 방에 든다// 방파제에서 그물 깁던 오십줄의 사내/ 지금쯤 어느 속정 깊은 여인네와/ 바짓가랑이 갯내 털어내고 있을까/ 저마다 제 등껍질 챙겨가고 난 뒤/ 어항의 물비늘만 혼자 반짝인다/ 이곳까지 따라붙은 그리움의 물살들/ 밤새 창턱에 매달려 아우성친다/ 사랑이 저런 것일까 벼랑 차고 바윗살 핥아/ 제 살 불려가는 시린 슬픔일까/ 몸이 자랄 때마다/ 맨발로 차가..
녹음이 우거지던 때 우리는 이사를 했다. 그래서 오래 가꿔온 나무들을 두고 떠나는 것이 더욱 서운했다. 나는 작년 6월 중순경에 오래 몸담았던 공주를 떠나서 대전으로 이사했다. 6월 중순이면 성하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여름철에 접어든 것만은 틀림없다. 장마가 일찍 시작되는 해는 수시로 비구름이 오락가락하는 때이기도 하다. 우리가 떠나오던 날도 바로 그런 날씨여서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 이사는 대개 봄 아니면 가을이 제철인데 내가 이런 걸맞지 않은 시기를 택해서 이사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정년으로 강단을 물러난 뒤에 몇 군데 시간강사로 출강하고 있는데 학기 중에는 아무래도 마음이 한가롭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종강 후 이사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았던 것이다. 마침 집을 팔..
해가 이지러질 때마다 비상등마저 없는 순도 백 퍼센트의 어둠이다. 어둠 속에 별들이 등불이 되어 지상으로 총총 걸어와 등대가 된다. 어렸을 적 산골집에서 모깃불 연기가 눈을 찌르는 바람에 하늘을 올려다본 밤하늘이다. 희망과 꿈을 안고 어머니가 누에고치 세 벌 밥 주고 올려다본 그때의 그 별빛, 세월이 지나동경이었던 별이 이젠 아련한 그리움으로 변했다.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별이 되어 있다니 그만큼 오래 살았단 뜻인가? 이 호젓한 망망한 사막에 혼자 던져져 있는 것처럼 외로움이 엄습한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하늘의 별이 된다고 했던가? 홀연히 내 곁을 떠난 사람들이 보고 싶어진다. 영혼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떠난다. 지구 밖 하늘에서 뛰놀며 이승을 바라보고 있을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여,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