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를 사랑했다 / 김선자
아버지는 양반하회탈의 얼굴이었다. 그렇게 목젖이 보이도록 탄구대소 하는 모습을 이제껏 본 일이 없었다. 가족석에서 하객을 맞이하는 엄마와 나도 헤픈 복사꽃 웃음을 날렸다. 동생의 결혼식장이다. 모두들 반갑고 보고 싶었던 환한 얼굴들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하객들이 모두 돌아갔다. 동생네도 신혼여행을 떠났다. 늦은 밤 엄마는 나를 불러 앉히고 조용하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 귀를 후려치는 청천벽력이었다. 가슴에서 피가 솟구치듯 통증으로 전해왔다. 겨우내 무청시래기를 한 경운기씩 드시던 아버지였다. 그런데 결혼식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아버지의 위암말기 진단이었다. 그동안 두 분만 알고 있어야 하는 약속으로 정하고 수술에 필요한 모든 검사와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베트남 여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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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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