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두 / 노혜숙 The 수필, 2019 빛나는 수필가 60인 선정작 어떤 이미지는 우연히 마음에 스며들어 평생의 화두가 된다. 오랜 세월 의식을 부침하던 그림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건 오십이 넘어서였다. ‘겨울 산을 오르는 사람’— 한 남자가 눈보라 치는 산길을 혼자 오른다. 폭설에 묻혀 사라진 길 위에 새로 길을 내며 걷는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 깊고 뚜렷하다. 신중하지만 머뭇대지 않는 걸음새. 흔들림 없는 뒷모습에선 정면 돌파의 결단이 느껴진다. 겨울나무 같은 남자의 결기가 나의 우유부단함을 자극했던 것일까. 여백에 씌어 있던 시구는 잊었어도 남자의 뒷모습은 오래 잊히지 않는 풍경이 되었다. 내가 겨울 산에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된 것도, 등단 작품의 배경을 겨울 산으로 쓰게 된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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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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