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상식 / 엄현옥
돈세탁 상식 / 엄현옥 견디기 힘든 소음이었다. 녀석은 세상의 모든 고통을 안고 물속에서 덜덜거렸다. 탈수 때면 통증으로 몸을 쥐어짜며 비명을 지르기 일쑤였다. 두어 번 서비스를 받기도 했다. 서비스 기사가 다녀가면 쓸 만했으나, 며칠 후 고질병은 재발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 십년지기와의 작별을 서두르기로 했다. 새로 들인 세탁기는 몸체부터 듬직했다. 빛나는 회색빛 사각면체에 뚜껑이 유리여서 세탁조가 훤히 보였다. 탈수 시에도 미미한 기계음만 들렸다. 소리 없이 강한 녀석이었다. 뚜껑에는 손바닥만 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고딕체로 번쩍거리는 스티커의 제목은 ‘세탁상식’이었다. ‘세’라는 글자 앞에 심플하게 도안한 티셔츠와 물결무늬가 그려져 있어, ‘돈’의 상형 문자처럼 보였다. 그로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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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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