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희망을 품다 / 허정진
별빛도 없는 밤, 길 잃은 망망대해를 혼자 날갯짓하고 있었다. 위치와 방향을 상실한 채였다. 비행각은 삭풍에 가파르고 심장 소리는 두려움에 막막조였다. 칠흑 같은 어둠, 산 같은 너울, 침묵으로 염장 된 시간 속에 불빛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날갯짓에 기운이 빠져나갈수록 무력감과 절망감도 그 무게만큼 커져만 갔다. 한시바삐 등대를 찾아야 한다. 길 잃은 자에게 먼 곳의 불빛은 구원의 섬광이다. 어머니 품속 같은 안도감이고, 멀리 두고 온 연인처럼 끝없는 그리움의 대상 이다. 혼자가 아님을 위로하는 존재의 등불이고, 가야 할 방향을 길라잡이 하는 삶의 나침반이다. 믿음과 같은 거였다. 자전거를 배울 때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고 믿으면 손을 놔도 넘어지지 않는 것처럼. 하얀 등대였다. 원통형 기둥에 방서모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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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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