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 목성균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엘리뇨’ 현상 때문일까, 아니면 참을성이 떨어진 내 체력 때문일까. 권태에 짓눌려서 무력하게 보낸 여름이었다. ‘애틀란타’의 승전보를 기다리는 것이 일루의 희망이었다. 매일 텔레비전 앞에서 열대야를 지새우곤 했다. 금메달리스트의 눈물에 감동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으나 대개 좌절의 어둔 표정을 더 많이 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좌절하는 선수들의 아픈 마음을 동정하는 게 국민의 도리일 터이지만 경마장의 등외 마권자(馬券者)가 기대를 무산시킨 말을 원망하듯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원망했다. 그런 얕은 내 인간성이 불쾌해서 여름밤은 또 더 더웠다. 그들은 그 열전의 한순간을 위해서 4년간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해서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의 기량을 연마했을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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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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