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梅泉)의 뜰에서 / 이정림
문우 몇이서 지리산의 노고단을 가기로 한 날로부터, 나는 마음이 설레었다. 우리의 일정은 노고단에서 해돋이를 본 다음, 화엄사를 들러 뱀사골이나 피아골을 오르는 것이지만, 나만은 마음속으로 또 하나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새벽 네 시에 구례역에 내리자 안개가 마치 마중을 나와 있었던 것처럼 와락 내게로 달려들었다. 안개와 농촌의 들녘에서 풍겨오는 퇴비냄새를 가르며 노고단에 오르니 아침 여섯 시, 우리는 산 너머 또 산이 주름처럼 겹쳐 보이는 정상에서 역사의 한(恨)이 골마다 서려 있는 지리산을 유정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출의 장관은 놓치고 말았다. 일행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서둘러 하산을 했다. 다음 일정은 화엄사를 들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매천사(梅泉祠)로 가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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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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