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답잖은 일을 당하면 맹물을 마시고 싶다. 그것에는 흐린 마음을 곧세우는 서릿발 기운이 없고, 상대방이 움찔거릴 열기를 내쏘는 물성도 없다. 맹물을 아무리 마셔도 한번 아려진 심사는 여전히 고달프다. 그런데도 속이 쓰리거나 배가 허하면 맹물 한 그릇을 찾는다. 얼마 전에 나름대로 체득한 속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살아가는 동안 황당한 일을 당하는 수가 적지 않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속담도 따지고 보면 억하심정의 경우를 말한다. 나 또한 그 말을 ‘이유 없이 맞는 매마저 마음속에서 삭히라’는 뜻으로 풀이하려고 애쓴다. 이렇게 생각하여도 속이 풀리지 않을 때는 미지근한 맹물을 서너 차례 들이킨다. 세상인심이 갈수록 빡빡하다. 너나 나나 추호의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결연한 표정으로 살아간다. 당연히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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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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