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 문정희 어머니 나는 가시였어요 당신의 생애를 찌르던 가시 당신 떠난 후 그 가시가 나를 찔러요 내가 나를 찔러요 어머니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나, 미인대회에서 받은 트로피 다 버렸어.” 지방에 사는 여동생 집에 전화했더니 예전에 멋모르고 미인대회에 나갔던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미스코리아 예선전인 미의 대전에서 왕관을 받아 영광스러운 일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부끄러움으로 남는다니. 나는 좀 당혹스러웠다. 하이라이트를 받는 무대 위의 미인이 아닌, 순수하고 소박한 미인이 되고 싶다 했다. 자신만이 갖는 개성미, 그 개성미가 무엇인지 이제사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그날, 난생 처음 미인대회가 열리는 대회장에 나가 출전한 후보들을 보며 진, 선, 미의 영예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맨 앞좌석에 앉아 있으면서도 판가름 못했었다. 이왕이면 내 동생에게 그 왕관이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유심히 그들을 눈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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