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학 개론 / 김길영
바람은 지극히 자유로운 존재다. 가고 싶은 곳은 아무 데나 간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비껴가고 언덕진 곳에서는 뛰어넘는다. 바람은 정을 붙일 데가 마땅치 않아서인지 추억을 만들지 않는다. 추억이 없으므로 사진첩을 뒤적일 일도 없다. 어디론가 정처 없이 가야만 하는 인생론과도 흡사하다. 바람은 거리낌이 없는 존재다. 누구의 간섭도 싫어한다. 성인의 말씀을 정신적 지주로 삼지도 않는다. 태생의 역사를 모르는 바람은 일정한 행선지가 없어 기분 내키는 대로 산다. 그들 흐름의 행보는 밤낮이 없지만 자연의 이치대로 흘러간다는 믿음이 있다. 바람은 바람둥이다. 바람난 남정네처럼 아무하고나 몸을 섞는다. 몸과 몸을 섞는 데는 이골이 난 선수들이다. 통제받지 않는 망나니처럼 그렇게 또 몸을 자주 섞어도 주목할 만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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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1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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