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귀로 /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 것들이/ 방 안에 제멋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 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놓는다.// 잠자는 아내 / 박재삼 깨어 있을 때는/ 그리 일이 많던 아내가/ 잠에 곯아떨어지고 보면/ 세상천지는 나 몰라라/ 숨 쉬는 소리만이/ 새록새록 들리는 데,// 이렇게 늘 가까이서/ 살을 대고 산 것이/ 벌써 30년이 되었구나// 이 인연을 어찌하고/ 각각 이승을 뜨고/ 억울하게 땅 밑에 묻히는..
시詩 느낌
2021. 5. 13. 13:2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