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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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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처럼 / 최윤정 (1)
반딧불이처럼 / 최윤정

슬픈 발광이다. 열흘 뒤면 풀숲 어딘가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생의 마지막을 맞으리라. 우주 안에서 미천하기로는 저나 나나 매양 한가진데 별걱정 다 본다는 듯 반짝이는 엉덩이를 눈앞에 들이민다. 저수지 둑을 한참이나 서성이다 겨우 찾아낸 녀석이건만 저를 쳐다보던 내 눈빛만 괜히 머쓱해진다. 생의 절정기를 맞은 반딧불이가 여름밤을 간질이고 있다. 어린 시절, 사내 녀석들은 반딧불이의 꽁지를 떼어내 이마에 문지르곤 했다. 번득이는 얼굴로 달려드는 여름밤의 시답잖은 귀신들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지만, 사내아이들이 우-하고 달려오면 계집애들은 와-하고 도망가 주었다. 나는 놀이에 엮인 무언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얼굴에 짓이겨진 반딧불이가 가엽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해서 치를 떨며 도망 다녔다. 오랜만에 만난 예민한 옛..

수필 읽기 2020. 8. 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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