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는데요 / 하재열
대로의 빛줄기들이 밤을 휘젓는다. 비구름 먹은 구월의 바람이 엷어진 가로수 잎을 뒤집어 흔들며 서걱거린다. 토요일이라지만 추석도 앞두고 있는데 이전과 다르게 설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백화점 사이 외진 안길이 앞쪽의 밝은 곳과 대비되며 더 어둑하다. 어둠을 메우듯 길옆 공터에 서 있는 거뭇한 차림의 사람들이 문득 허수아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제우 선생의 동학 관련 자료를 읽다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나온 터였다. 서점부터 들렀다. 문 닫을 시각이 다가오는 현대백화점 안의 교보문고에도 파장 같은 흐름이 묻어났다. 원하는 책이 검색을 해봐도 없었다. 습관처럼 서가 앞에서 두어 책을 빼 들고 목차를 읽으며 내용을 헤아려보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입도 가리고 말도 줄여야 하는 황망한 세태에 갈 데가 마..
수필 읽기
2021. 12. 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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