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 부는 바람 / 반숙자
음성 장날 고추 모 세 판을 사다 심었다. 오이고추, 청양고추, 일반 고추다. 모종을 파는 상인의 생존율 100%라는 부연설명까지 들어서 그런지 땅내도 못 맡은 모종들이 싱싱하기가 청춘이다. 모종을 심고 나면 한 보름 동안은 빈약한 떡잎가지 시들배들한다. 겨우 어른 손 길이만한 어린 것들이 적어도 보름 정도는 죽느냐 사느냐 사투를 벌일 것이다. 그 기간이 지나면 땅내를 맡은 뿌리들이 몸살을 끝내고 착지를 한다. 대궁이 탄탄해지고 잎들은 제법 작은 바람에도 너울거린다. 이때쯤이면 줄기에서 영어 알파벳 Y자 모양의 가지가 나온다. 농군들은 여기를 방아다리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우리가 옛날에 쓰던 디딜방아를 틀어놓은 모양이다. 아직 어린 대궁인데 어쩌려고 가지부터 버는지 속내는 모르나 저도 꿍꿍이속이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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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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