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 언니들 / 최미아
봄이 수런댄다. 벚꽃 아래서 노인들이 볕바라기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나는 예닐곱 발짝 떨어진 원목 테이블에 앉아 봄맞이 중이다. 달걀 값이 올랐다는 이야기 끝에 시민회관이 튀어나왔다. 신혼 때 그 근처에 살아서 반가웠다. 들려오는 말을 건성으로 듣다 귀를 활짝 열었다. 시민회관 앞 빌딩이 우리 집 자리잖아. 집이 백오십 평이었으니까 엄청 넓었지. 뒷마당에 칠면조랑 닭이랑 길렀어. 날마다 닭이 낳은 겨란을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한 30년 전이네. 완벽한 표준어에 카랑카랑한 목소리다. 슬몃 건너다보았다. 노인은 초록누비옷에 밤색바지, 회색 선 캡을 쓰고 있다. 마스크와 모자만 벗고 저대로 예식장에 가도 어울릴 고운 자태다. 나는 칠면조할머니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하지만 노인들은 저택 ..
수필 읽기
2022. 5. 12. 07:2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