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김국자
점심을 먹고 오수(午睡)를 즐기다 맑은 새소리에 정신이 들어 창밖을 보니 겨울 햇살이 반짝이고 있다. 나는 숄을 두르고 뜰로 나선다. 싸늘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깃털이 하얀 새가 옆집 나무숲을 들락거리며 바쁜 날갯짓을 하다가 쏜살같이 앞집 정원으로 숨어버린다. 어찌나 잽싼 동작인지 잠에서 깬 내 눈으로는 쫓아가기조차 힘들다. 조금 전 무슨 꿈을 꾸었는지 생각이 아득해진다. 어딘지 먼 곳을 다녀 온 것 같기도 하고 꽃이 핀 들판을 헤매다 온 것 같기도 하고……. 뜰은 비참하리만큼 얼어붙어 있다. 모든 생명이 언 땅 속으로 숨어 버렸다. 할미꽃 순의 흰솜털만 흙 속에 묻혀 조금 보인다.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던 도라지, 매발톱은 흔적조차 없이 땅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그리며 지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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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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