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 곽진순
내가 다니던 G여고 앞에는 자그만한 서점 하나가 있었다. 봄 부터 초겨울까지 서점 정면 벽에 등을 기대고 자던 걸인이 있었다. 그는 입을 반쯤 벌리고 웃는 모습으로 잠들고 있었는데 입술사이로, 누렇게 변한데다 부러진 앞니 하나가 보이기도 했다. 서점 앞은 버스 승강장이라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잠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옷차림이 말쑥한 중년부인이 앞을 지나가며 말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바로 저 사람이네."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그 부인의 얼굴은 잠 못잔 사람처럼 핼쓱하고 피로해 보였다. 그 사람의 말대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그 곳이 어디든 쉬이 잠들 수 있는 사람이고, 가장 불행한 사람은 남들이 잠드는 시각에 잠 못이루는 사람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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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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