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진권의 「비닐우산」을 읽고 - 전혀 낯설지가 않다. 정진권의 「비닐우산」은 읽는 내내 온기가 전해진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생활을 통해 서민들의 소소한 행복을 나타냈다. 난해하거나 현학적이지 않아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글이 가볍거나 헤픈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경험하고 보아왔던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갈수록 몰입하게 한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된 글이 점차 삶에 투영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비닐우산」을 읽다 보면 지나친 욕심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오직 현실에 충실한 소시민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제가 무겁거나 어렵지 않아 별도의 설명 없이도 오래도록 뒷맛이 남는다. 정진권(1935∼2019)은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와 명지대학교 대학원..
언제 어디서 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집에도 헌 비닐우산이 서너 개나 된다. 아마도 길을 가다가 갑자기 비를 만나서 내가 사 들고 온 것들일 게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나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그래도 버리긴 아깝다. 비닐우산은 참 볼품없는 우산이다. 눈만 흘겨도 금방 부러져 나갈 듯한 살하며, 당장이라도 팔랑거리면서 살을 떠날 듯한 비닐 덮개하며, 한 군데도 탄탄한 데가 없다. 그러나 그런대로 우리의 사랑을 받을 만한 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아주 몰라라 할 수만은 없는 우산이기도 하다. 우리가 길을 가다가 갑자기 비를 만날 때, 가난한 주머니로 손쉽게 사 쓸 수 있는 우산은 이것밖에 없다. 물건에 비해서 값이 싼지 비싼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어떻든 一金 一百원也로 비를 안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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